교육행정직으로 살아가기 7

7. 나우리회 열성 회원

처음 임용이 되었을 때부터 실장님이나 주무관님들께서는 금방 고향인 B지역으로 발령이 날 거라는 식으로 자주 말씀을 하셨다. 우리 지역은 청주에 들어가기 위해선는 줄서서 기다려야하지만 그 외 지역은 희망하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기도 했고 예전에는 8급 승진부터 바로 인사이동을 시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내가 임용되기 좀 전부터 8급 승진자에 대한 인사이동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연유로 최저 근무기간인 1년 6개월이 지나거나 승진이 되면 B지역으로 발령이 날 거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었던 것인데, 실제로 내가 1년 6개월을 기점으로 전보내신서를 썼다면 발령이 났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내 고향은 인기가 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타인을 대하는 것이 어려웠고 행정실 분위기..

6. 순조로운 성장

처음 왔을 때 어리버리하던 나를 데리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소개시켜주셨던 시설관리 주무관님이셨기에 전보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하지만 실장님 때와는 확실히 달랐던 것이 본인도 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하셨기 때문이다.(이 번에 가는 걸 원하신 건 아니었지만) 연세가 상당하셨음에도 서스럼없이 다가가 장난도 많이 치시고 여러모로 학교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신 분이었어서 다들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새로 오시는 시설관리 주무관님은 교육지원청에서 근무 중인 분이셨다. 운전 주무관님과는 안면이 있으신 듯했다. 나이가 상당히 젊으셔서 나나 실장님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행정실의 최고 연장자는 운전 주무관님으로 변경되었다. 새로 오신 시설관리 주무관님은 상당히 다부진 체격으로 한 눈에 보기에도 몸이 단..

5. 새로운 실장님과 일하다

실장님의 인사발령에 가장 놀란 건 실장님 본인이셨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발령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장님이 실수하신 거였다. 지금은 청주시를 제외하고는 지역 만기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10년인가 지역 만기가 있었다. 실장님은 해당 지역에서 만기를 채우신 상태였는데, 기관 만기만 생각하고 지역 만기를 미처 생각하시지 못한 거였다. 3개월 정도 근무해서 이제 좀 말이라도 붙여보는 상태가 됐는데 실장님이 바뀐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곧 전체 송별회와 행정실 송별회 날짜가 잡혔다. 실장님은 학교 구성원들과 두루 친하셨던 분이었어서 아쉬워 하는 분들이 참 많았다. 행정실 송별회를 위해 실장님을 모시고 가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 또한 더 근무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살짝 눈물..

4. 4대 보험과 수학여행 그리고 이별

EDI의 4대 보험 고지서와 전임자의 엑셀 자료를 보며 기관부담금 원인행위를 준비했다. 4대 보험 부과금 + 연말정산분으로 원인행위를 하고 세외에서 개인 과다 공제금을 개인에게 돌려주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편으로 날아온 고지서에 기재되어있는 보험료는 내가 계산한 것과 또 달랐다. 당시 어떤 고지서를 보고 기관부담금 원인행위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건강보험은 부과금+연말정산분+연말정산분으로 공제를 하고 고용 산재는 연말정산분만 공제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강보험료는 택도 없이 많이 공제를 한 것이고 고용 산재는 오히려 부족하게 공제를 한 것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열심히 엑셀로 계산을 하며 보험료를 맞추었다. 그런데도 계속 금액이 맞지 않았다.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용 산재..

3. 도대체 교육공무직이 뭐야?

행정실 회식이라고 해서 행정실에 있는 네 명만 가는 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행정실 구성원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많았다. 행정실 회식은 전체 회식에 비하면 한결 마음이 편했다. 신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부터 학교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여기서도 주로 듣는 쪽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행정실 분위기가 참 끈끈하다는 게 느껴졌다. 출근 셋째 날 오늘은 야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하며 결재 대기의 문서를 열고 첨부파일을 연 순간 5천만 원의 행방이나 급여 작업에 대한 걱정 등은 깔끔하게 잊을 수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엑셀 서식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작년에 전임자가 보낸 엑셀 서식을 옆에 열어두고 채울 수 있는 건 채워나갔다. 그러나 인적사항 등 ..

2. 사라진 5천만 원

처음 A교육지원청에서 임용장을 받고 돌아가는 길,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발령 즈음해서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워낙 많이 받았던지라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A교육지원청에 근무 중인 동기였다. 오늘 임명장을 받으러 온 것을 보고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한 것이다. 동기라고 해봐야 결국 초임지 동기들만 남는다던데 초임지 동기들과 만이라도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동기로 추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불러준 주무관님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호의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여전히 두려웠기 때문에 제대로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고 결국 모처럼의 기회도 허망하게 날려버린 채 첫 출근을 하게 됐다. A초등학교의 행정실은 행정실장님, 시설관리 주무관님, ..

1. 정말 이대로 출근해도 되는 건가?

공직생활 통틀어 가장 자존감이 충만할 시기가 바로 시험 합격 후 발령 나기 전까지라고 하지만, 처음 신규자 임용 교육을 들으러 가는 길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20대의 한 발 늦은 질풍노도 사춘기를 지나 수험기간을 거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대로는 합격해도 사람 구실을 못 하겠다는 생각에, 사람을 상대하는 아르바이트까지 꽤 오랜 시간 해봤지만 이 대인기피증은 극적으로 좋아지지 않았다. 물론 아르바이트 전보다는 좀 나아졌음에도 이 대인기피증은 공직생활 초기에 나를 적지 않게 괴롭혔다. 그래도 어차피 다들 신규니까 서로 모르는 사이 아니냐는 자기 위로와 함께 도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면접스터디조차 하지 않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