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직으로 살아가기/홀로서기

4. 4대 보험과 수학여행 그리고 이별

문 약 2022. 8. 15. 14:07

 EDI의 4대 보험 고지서와 전임자의 엑셀 자료를 보며 기관부담금 원인행위를 준비했다. 4대 보험 부과금 + 연말정산분으로 원인행위를 하고 세외에서 개인 과다 공제금을 개인에게 돌려주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편으로 날아온 고지서에 기재되어있는 보험료는 내가 계산한 것과 또 달랐다. 당시 어떤 고지서를 보고 기관부담금 원인행위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건강보험은 부과금+연말정산분+연말정산분으로 공제를 하고 고용 산재는 연말정산분만 공제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강보험료는 택도 없이 많이 공제를 한 것이고 고용 산재는 오히려 부족하게 공제를 한 것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열심히 엑셀로 계산을 하며 보험료를 맞추었다. 그런데도 계속 금액이 맞지 않았다.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용 산재 자동이체에 대한 500원 할인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지만 10,000원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난 뒤에야 보험 EDI를 뒤져보고 열심히 구글에 검색을 하며 알아냈는데 고용 산재 보수총액을 전자로 조기에 신고하면 10,000원을 경감해주는 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10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부랴부랴 추가 원인행위를 하여 세외로 기관부담금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4대 보험을 처리하고 나니 급여 마감이 또 눈앞에 와 있었다. 첫 달에는 공무원 급여를 거의 들여다보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좀 열심히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급여를 돌렸다. 근데 실상 살펴볼 게 거의 없었다. 시간외근무 정도? 보고 나니  살펴볼 게 없었다. 지금이야 공무원 급여에서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는 나이스가 다 해주는데 뭐 볼 게 있나 싶은 마음이었다. 오히려 이상했던 건 캡스에서 시간외근무 실적을 뽑는데 몇몇 사람들의 시간외근무가 누락된 것이었다. 거기에 내 주말 시간외근무도 포함되어 있었다.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당장 증빙이 없으니 우선 시간외근무를 빠트려서 계산해야만 했다. 공무원 급여를 마감하고 공무직 급여를 작업했다. 급여 작업 자체는 역시나 쉬웠지만 문제는 과하게 공제했던 4대 보험이었다. 지난달 엑셀 파일을 보며 이번에 정당하게 공제되어야 할 금액은 얼마인지 한참을 씨름했다. 급여일이 거의 다 되어서야 원인행위를 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숨 돌리나 싶었지만 4대 보험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20일 지나 4대 보험 고지서가 날아왔고 다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정산을 다 해서 맞추었다고 생각했건만 아직도 세외 잔액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4대 보험 연말정산이 되었으니 변경된 금액으로 공제를 했어야 했지만 기존 공제를 그대로 끌고 온 게 문제였다. 정산한답시고 열심히 계산한 내용에도 실수가 조금씩 있었다. 결국 개인에게 말해서 더 받기도 하고 원인행위도 추가적으로 올리면서 수습을 해야 했다. 4대 보험 정산을 처리하는데 석달을 잡아먹은 셈이었다.

 

 4대 보험이 끝나기 무섭게 또 긴장시키는 일이 생겼다. 수학여행을 가는데 행정실에서 한 명이 따라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과거를 뒤져보니 보통 시설관리 주무관님이나 실장님이 따라가시던데 이번에는 내가 가기로 했다. 실장님이나 시설관리 주무관님이나 수학여행 담당 선생님 입장에서는 모시고 다녀야 하는 입장이고 나이도 비교적 젊고 막 와서 뭣도 모르는 내가 편했으리라. 내가 수학여행 담당이었어도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당사자에겐 너무나도 야속한 일이었다. 아직 친한 사람 하나 없이 어색한 상황에서 말주변 하나 없는 내가 2박 3일을 따라갔다 와야 한다니 정말 싫었다. 수학여행지는 부산이었는데 지금은 부산에서 뭘 구경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수학여행에서 내 일은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을 선생님들이 정렬시키는 사이에 매표소에 먼저 가 카드 결제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동할 때 무리의 끝 부분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이 없나 확인하는 정도? 이건 누가 시킨 건 아니고 그냥 내가 할 일이 없다 보니 그런 역할을 자진해서 한 것에 가까웠다. 보건 선생님도 그런 역할이셨기 때문에 여행 중에 그나마 보건 선생님과 조금은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거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 사실 선생님들과 친했거나 그러지 않았더라도 경력이 좀 있어서 여유가 있었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 경력이 쌓은 지금은 수학여행 따라가는 행위 자체를 안 하려고 하지만.

 숙소가 굉장히 허접했던 기억이다. 수학여행 중 담당 선생님이 상당히 화를 낸 것도 숙소 문제였다. 담당 선생님이 수학여행이 끝난 후에 동행했던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숙소는 별로였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 점심 밥값을 결제하려하니 한도초과라며 결제가 안 됐다. 당황하여 실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사장님과 직접 통화하시곤 그냥 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세금계산서로 처리하신 것인데 사장님이 별 말없이 보내주셔서 참 다행인 일이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학교에 복귀한 후 실장님과 둘이 있을 때 혼이 났다. 수학여행지에 도착하고 전화 한통 없다는 게 이유였다. 어떻게 보면 꼰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같이 갔던 선생님들은 교장 선생님에게 따로 연락을 드렸고(교감은 동행) 심지어 실장님께도 연락을 했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실장님 전화를 못 받고 나중에야 전화를 드렸다.(이때 이후 핸드폰 설정은 항상 벨+진동이다!) 실장님 입장에선 온 지 석 달도 안 된 신규를 보내 놔서 불안한 마음인데 전화는 안 받지 같이 간 선생님들은 전화로 잘 도착했다 안부를 전하지 화가 나실 수도 있었겠다 싶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나니 한결 편했다. 별다른 공문 제출 요구도 없었고 두 번 정도 해본 급여 작업도 별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행정실이나 교무실 직원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실장님과는 점심시간에 둘만 있을 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좀 친해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부풀어 있을 때, 인사발령 공문이 왔다. 실장님의 이름이 있었다. 하늘이 빙빙 도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