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직 일병 구하기/생각해보다

지방교육행정직 공무원 이야기

문 약 2021. 2. 14. 11:05

  보통 교행이라고 하면 지방교육행정직 공무원을 말하긴 하지만 국가직 교육행정 공무원도 있기 때문에 제목에 지방을 붙였습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면 사실 잘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학교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선생님이냐고 물어보지 않은 경우가 없거든요. 행정실에서 일한다고 하면 거기 사람들도 공무원이냐고 묻는 사람도 많구요. ^^;; 심지어 같이 일하는 교사 중에도 행정실 주무관이 시청이나 군청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교육공무직과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종종 있을 정도입니다.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완도 행정실장 관련 기사나 교육행정직 신규 공무원 경험담 등을 보면서 씁쓸한 감정을 느꼈는데요.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현실에 대해 조금 적어볼까 하고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혹시 공시생 분들이 계신다면 직렬을 선택함에 있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은 공시생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져있지만 제가 공무원 준비할 때만 해도 교육행정직에게도 방학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많은 공시생들이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물론 교육행정직에겐 방학이 없습니다만 방학은 아무래도 특수하므로 이에 대해 말할 거리는 있습니다. 방학은 학교의 휴업일입니다. 학교에는 1년간 정해진 수업일수가 존재하며 이 수업일수를 채운 나머지는 휴업일이 됩니다. 이 휴업일은 학교장이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학기 중의 연휴 등에 휴업일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휴업일의 총 일수는 정해져있으므로 저런 경우 방학이 줄어들게 되죠. 아무튼 휴업일은 학생들에게 등교의 의무가 없는 날입니다만 교직원에겐 등교의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행정직은 방학 중에도 출근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교사는 왜 출근하지 않느냐? 교사에게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라는 것이 있으며 이를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휴업일엔 41조 연수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것입니다.(물론 일이 있는 교사는 출근합니다. ^^;;)

  그럼 교육행정직에게 방학이 일반적인 근무일과 똑같은가.... 하면 완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여름방학은 비수기라고 부를 정도로 한가한 편인데 아무래도 교육행정직의 주된 업무가 집행부서로서의 업무이기 때문에 학교의 주된 사업인 교육이 정지된 방학에는 교육행정직 역시 업무 강도가 약해지는 편입니다. 한가한 학교의 경우 출근하자마자 오늘 점심 뭐먹지 이런 말이 오갈정도로요.(이런 꿀학교는 많지 않습니다만... ^^;;) 그럼에도 겨울방학은 회계 말이라는 특수성으로 여름방학만큼 한가하진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학기 보다 더 바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교육행정직의 주된 민원 대상인 교사가 학교에 적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방학에는 학기 중보다 심적으로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며칠 안 되긴 하지만 연가 외에 휴업일에 사용할 수 있는 특별휴가도 있습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교육감에게 임용되는 지방공무원으로서 교육감 아래 기관에서만 근무할 수 있습니다. 교육감 아래는 절대 다수인 국가공무원 교사(임용은 대통령이 하지만 발령은 교육감이 냄)와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로서 교육감에게 채용된 교육공무직이 있습니다. 이들의 구성비가 어떤 느낌이냐면 저희 학교의 경우 총 교직원이 70여명에 달하는데, 교사가 50명 공무직이 15명 지방공무원이 5명입니다. ^^;; 이 정도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직전 학교에서는 직원 40명 중 30명이 교사, 7명이 공무직이었으며 지방공무원은 단 3명이었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운전직이었으니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딱 둘이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교육행정직은 직장에서 상당히 외로운 편입니다. 행정실장님은 아무래도 상사이며 나이 차도 많이 나는데 그러다보니 실질적으로 자기와 교감하며 고충을 나눌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조직이 구려도 동료들과 욕하면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텐데 교행은 조직의 구림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행의 면직률이 높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가 크지 않을까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보다는 교육청 및 기관 위주로 근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교육행정직이 기관에 갈 경우 본인이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분야의 일을 접해볼 수 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지방직 공무원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지방직 공무원처럼 지자체의 각종 현안사업과 얽혀있지는 않기 때문에 민원 등으로 시달리는 일은 일부 부서에 한정됩니다. 이 부분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학교의 대다수 민원은 교육과 관련된 것이고 소위 말하는 악성 민원을 상대하는 사람은 대부분 교사입니다. 교육행정직 민원이래봐야 생기부 및 졸업증명서 발급이 절대다수죠. 이 부분이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갖는 큰 메리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절대다수의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학교에 근무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행정실은 학교 전체의 집행부서임과 동시에 시설 관련 사업부서입니다. 사업부서로서는 사업부터 집행까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다보니 학교장 말고는 행정실 외부와 이러쿵저러쿵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라 하더라도 사업을 담당하는 교사(주로 부장급)가 아니면 행정실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현재 학교에 발령받은지 1년 정도 되는데 평교사 중 몇몇은 아직도 얼굴을 모를 정도로 만날 일이 없습니다. 물론 업무상 겹치는 교사와의 갈등은 결코 적지 않으며 이를 중재해야 할 학교장이 교원 출신이기 때문에 교행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제법 있습니다. 그래도 교사와의 다툼은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면도 있는 반면 최근 갈등의 정도가 급증한 직종은 바로 교육공무직입니다. 이 분들의 처우가 최근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는데 이에 따른 업무의 복잡다양함과 하위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이 지지부진한 점이 맞물려 박탈감 및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구)기능직군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분들과의 갈등도 있습니다. 교행의 단점으로 3원조직에서 가장 약자인 점을 꼽는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4원조직이 아닐까 싶을 정도지요.

  이렇게 보면 왜 하냐 싶은 직종이지만 그래도 장점이 있습니다. ^^;;; 대표적인 장점은 학교 근무 시 퇴근이 빠르다는 거죠.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회식 자리를 파하고 나가는 길에 회식을 시작하러 온 교육청 직원들을 만나는 일은 꽤 흔했습니다. 그리고 절대적인 업무강도 역시 낮습니다. 교행은 인원이 적기 때문에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꽤 넓습니다. 이게 신규 주무관들을 좌절시키는 주된 이유입니다. 신규로서는 일의 어려움은 둘째치고 모르는 일을 처리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느끼기 마련인데 혼자서 수비하는 범위가 넓다 보니 모르는 일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것이죠. 일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의 깊이는 얕아집니다. 학교에서 2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어지간한 일은 다 해본 상태가 되고 대부분의 업무가 예측가능한 업무기 때문에 수월합니다. 또한 공무원치고 의전이나 위계질서 등이 약한데 직장 동료인 교사가 수평적인 조직인 것의 영향도 있고 행정실 인원이 쥐꼬리만큼이어서 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내 할 일만 하면 아무도 터치 안 하는 경우가 많으며 복장, 복무 등에 상당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위에 적었듯 나름의 고충도 있고 꿀빠는 면도 있는 평범한 공무원입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빠른 퇴근과 악성 민원 및 각종 비상 근무 등에서 열외된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 친구 중에 지자체 공무원인 친구와 경찰인 친구가 있는데 같은 동네 살다보니 자주 만나서 술을 마십니다. 이 친구들과 만날 때 죽는 소리라도 하면 야 넌 닥쳐 이런 소리가 되돌아오죠. 이 친구들 갈려나가는 걸 보면 확실히 근무환경은 교행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반면에 이 친구들은 본인의 업무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지자체 공무원인 친구가 진행한 사업 결과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본인 역시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을 조금이나마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 거죠. 이런 부분도 직업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합니다. 여러가지 더 적고 싶은 내용도 있었으나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는 거 같아 여기에서 줄이려고 합니다. 혹시 교행 준비 중인 수험생 분들이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문의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