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에듀파인 매뉴얼이나 경기도 교육청의 '어서와 교행은 처음이지', 충청북도 교육청의 '학교회계 실무 매뉴얼' 등 신규 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매뉴얼이 제작되고 있으나 학교에 처음 출근하자마자 선생님들은 서류를 들이대고 실장님은 업무를 지시하는 현실에 부딪히면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장님은 어렵고 타 학교에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민망한 신규 여러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불을 꺼가면서 각종 매뉴얼과 법령, 지침 등을 읽어나가시면 금방 업무에 익숙해질 것이니 너무 두려워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말 그대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용도로 작성되었으니 참고만 하시고 불을 끈 뒤에는 꼭 법령과 지침을 숙지하시어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시기 바라며 모든 업무를 처리할 때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고 허락이 떨어진 뒤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업무를 처리할 때 이런저런 말썽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런 내용은 문서를 작성할 때든 편철한 서류에든 솔직하고 상세하게 적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감사나 필요에 의해서 찾아볼 때 왜 이렇게 처리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듀파인에서 문서를 작성하다보면 작성(결의)일자와 확정일자라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작성일자는 말 그대로 해당 문서를 작성한 일자이며 확정일자는 결재자의 결재가 바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를 감안하여 승인일자를 지정하는 기능입니다. 또한 에듀파인에서 진행한 업무는 특이한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진행 순서를 역으로 밟아가서 취소할 수 있으니 에듀파인 콜센터를 적극 애용하세요. 돈만 안 떼어먹으면 됩니다! ^^;;;
1. 품의를 국어사전에서는 '웃어른이나 상사에게 말이나 글로 여쭈어 논의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품의라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 예산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허락을 구하는 행위입니다.
가령 A4용지를 구입한다고 할 때 A4용지를 사무용품비에서 구입하고자 한다고 상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A4용지가 시중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지 알아야 하겠지요? 이 과정을 사전조사라고 합니다. 사전조사는 업체에게 구두로 물어보아도 되고 견적서 등을 요구해서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명심할 것은 여기서 견적서를 받았다 하여 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다는 뜻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4용지의 대략적인 가격을 알았으면 이를 바탕으로 품의를 진행합니다. 정확한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시세가 변동되거나 부가세가 추가되는 등 예상 외의 비용이 소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품의는 넉넉하게 올리셔야 합니다. 품의 금액이 남는 것은 상관 없으나 부족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2. 품의가 승인되면 원인행위를 진행합니다. 지출원인행위라는 말이 참 낯설고 어려울 것인데 의외로 지출원인행위는 말 그대로의 의미를 갖습니다. 지출의 원인이 되는 행위라는 뜻으로 어느 업체에서 구입을 할지 수량은 몇개를 살지 금액은 얼마로 할지를 모두 결정하는 행위입니다. 물품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거나 공공요금의 고지서를 수령하는 행위 등이 원인행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원인행위는 최소한 품의 결재일과 같거나 이후의 날짜로 상신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물품의 구입 시 원인행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서류는 사업자등록증 사본(어느 업체에서 살지), 견적서(수량 및 금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입니다. 통장사본은 지출결의에서 징구해도 무방한 서류이지만 원인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므로 이 단계에서 통장사본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원인행위 시 계좌검증 기능도 생겼기 때문에 가급적 받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품 구입 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갖추어야 할 서류는 한결 간단해지는데 먼저 매출전표가 있어야 할 것이고 매출전표에 사업자 정보가 표시되므로 사업자등록증 사본은 필요가 없습니다. 거래처 통장에 입금하는 것이 아니므로 통장사본 역시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물품의 내역이 들어간 서류가 필요합니다. 매출전표에 물품의 내역이 표시되면 매출전표만 있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견적서든, 거래명세표든, 간이영수증이든 갖추어야 합니다. 하다 못해 쇼핑몰 장바구니 캡처화면도 됩니다.
그리고 승낙사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인행위는 계약이므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보통 알고 계시는 것은 계약서일 것입니다. 다만 법률에 계약서를 생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계약서를 생략할 때 이를 대체하는 것이 승낙사항입니다. 이에 대해 쓰자면 글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으므로 간략하게만 설명한다면 5천만원 이하의 경우 계약서를 생략할 수 있으나 승낙사항에 업체의 도장이 날인되어야 합니다. 1백만원 이하의 경우라면 도장까지 생략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지침에 보면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원인행위를 결정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계약과 같은 것인데 이에 따르면 계약 이후에 원인행위를 결정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이 규정은 아주 합리적인 규정입니다. 가령 운동부가 전지훈련을 떠났고 그 곳에서 카드를 사용했다고 가정합시다. 카드는 이미 긁혔으나 지출 담당자는 업체의 사업자번호도 모르고 물품의 상세한 내역도 모릅니다. 따라서 신용카드 매출전표가 지출 담당자에게 제출되는 시점을 원인행위 시점으로 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신용카드 사용 즉시 매출전표를 제출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대부분은 카드사용일=원인행위일자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3. 원인행위=계약=주문이 끝나면 업체는 물품을 납품하게 됩니다. 납품과 관련된 서류는 납품서나 거래명세서 등이고 납품이 끝나면 검사검수를 진행합니다. 공립학교 회계규칙에 따르면 검사검수는 계약 담당자가 진행하고 입회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한다면 검사검수는 계약 담당자가 수행하는 것이 맞으나 현실적으로 사업 담당자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참고로 기관 등에 적용되는 재무회계 규칙에서는 검사검수를 사업 담당자가 수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검사는 주문한 물품과 동일한 규격의 물품인지 확인하는 행위이고 검수는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4. 검사검수까지 종료되었으면 대금을 지급해야겠지요?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업체가 청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 청구서류가 바로 세금계산서(혹은 계산서)입니다.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은 후에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발급일 다음 날을 1일로 하여 5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무에서는 세금계산서를 업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급 요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출결의를 진행할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전화를 걸어 대금을 지급할 테니 계산서 발급해주세요~ 이렇게 되는 것이죠. 청구서류를 받으면 지출결의를 진행합니다. 지출결의는 업체가 물품을 납품했고 검사검수도 통과했으며 비용을 청구하였기에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허락을 구하는 행위입니다.
지출결의가 승인이 되면 지급명령을 등록합니다. 지급명령은 대금 지급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금고에서 이체해주세요 라고 실장님께 부탁드리는 행위입니다. 실장님이 금고에서 이체를 끝마치면 정상적인 금액이 이체되었는지 확인하고(이체확정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결재가 필요하니 꼭 확인하세요.) 이체확정을 누릅니다. 여기까지 하면 지출이 끝나고 금고에서 이체된 내용이 현금출납부에 기재됩니다. 지출이 끝났으므로 일의 진행 순서에 따라 품의 및 제반서류를 가장 아래에 놓고 승낙사항 등 계약서류 납품서류 청구서류 이체확인서 지출결의서 순으로 편철하시면 됩니다.
5. 실제로 일을 처리하시다보면 물품은 이미 도착한 상태에서 서류가 덜렁 제출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짜잘한 물품까지 일일히 원칙을 지켜가며 진행하기에는 실무자의 부담이 상당합니다. 금액이 크거나 중요한 물품을 그렇게 진행하면 주의를 주시되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소한 물품을 주문하기 전에 품의는 승인이 나야 함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이미 물품이 도착한 상태에서 서류가 제출되었다면 소급해서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품의를 포함하여 소급의 한도는 공휴일을 제외한 7일이며 이를 어기게 되면 클린재정에 뜨게 됩니다. 따라서 업체들도 대부분 견적서, 납품서, 비전자 계산서의 경우 날짜를 공란으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 견적서는 품의 승인일부터 원인행위일까지, 납품서는 원인행위 결재일부터 검수일까지, 세금계산서는 검수일부터 기재가 되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죠? 전 공란으로 준 서류는 그냥 공란으로 첨부하기도 합니다.
만약 기재가 잘못되었다면 어려워 마시고 서류를 다시 요청하세요. 대부분 학교나 관공서와 거래를 해온 업체들이기 때문에 협조적으로 처리해줄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자로 발급된 계산서인데 수정 발급을 꺼려하는 업체가 은근 있습니다. 나우리회에서 본 내용에 따르면 청구서를 따로 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처리해본 적은 없고 많은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처럼 잘 설득하여 수정 발급을 받아내는 편입니다. ^^;;;;;;;;
마치며. 경력도 짧고 어리숙한 제가 이런 글을 쓰기 많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저도 신규 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질문 글을 올리는 신규 분들을 보면 남일 같지 않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왕초보 신규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처음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지출로 정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업무가 아닐까 싶어서요. 부디 이 글이 신규 분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신규 분들은 높은 경쟁을 뚫고 오신 분들이라서 확실히 이해도 빠르고 금방 적응하시더라구요. 너무 겁먹지 마시고 조금만 지나면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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