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예산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예산 요구를 하는 이유와 사업 목적 달성에 필요한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밝히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예산 요구서 정도만 작성해서 처리하는데 이러다보니 굉장히 부실한 예산 요구서가 많고 자연히 허술한 예산 편성이 되기 십상입니다. 편성 후에야 문제가 발견돼 골머리를 썩거나, 대충 편법으로 넘기는 경우기 부지기수죠.
2회 추경 시즌을 맞이하여, 최근 교직원에게 예산 관련 안내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엉망으로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고, 안내한 보람이 있게 깔끔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덕분에 많이 배운다고 감사의 인사를 건내는 분도 있었습니다. 추경 요구 마감 전 막내가 본인이 담당하는 인건비와, 공과금에 대한 추경 요구서를 보냈습니다. 선생님이 보낸 거면 적당히 타협하면서 이거이거 고치세요 하고 말았겠지만 막내는 앞으로 예산을 다뤄야 하는 친구이므로 옆 자리에 앉혀놓고 차근히 설명을 했습니다.
최근 한 선생님이 예산이 너무 어렵다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도 기억이 나 이 기회에 예산 초보들을 위한 글을 하나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예산 전체를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겠지만, 인건비 추경 자료를 달라고 말씀하신 실장님의 말씀에 당황했던 신규 시절의 저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업무상 예산과는 큰 연관이 없거나 경력이 짧아 예산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그럼에도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자료는 준비해야 하는 분들을 위한 글이 되겠습니다.
저희 학교 교직원에게 안내한 예산 요구서를 바탕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재원입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문구를 보시면 알겠지만 일반이 아닌 재원의 증감 합이 0이 아닌 경우 그에 맞추어 세입 예산도 요구해야 합니다. 예시의 경우 목적사업비 세출 예산이 140만원 증되었으므로 140만원 증에 대한 세입예산 요구도 필요합니다. 예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은 일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재원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예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일반 재원의 총합을 +로 요구하면 다른 사람에게 배정된 예산이 -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예산 담당자와 상의를 거친 후 요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원가통계비목입니다. 원가통계비목은 집행의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므로 예산 요구시 정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위 서식에서 예산 담당이 원가통계비목을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산출내역 뿐입니다. 학교에서 예산 요구서를 받다 보면 가령 '진학프로그램'이라는 사업에 산출내역을 '프로그램운영비' 이렇게 작성해서 요구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봅니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각종 사무용품을 산다면 일반수용비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준다면 교육운영비일 것이며, 사업 추진을 위해 선생님들이 간담회를 갖는다면 업무추진비입니다. 프로그램운영비 한 줄로 퉁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산출내역은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이제 예산 요구서의 핵심인 산출식을 보겠습니다. 산출식은 경정예산-기정예산으로 기재해야 하고 경정예산에는 구체적인 산출기초를 기재해야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별도로 산출기초를 기재하지 않지만(사업계획서에 쓰여 있으므로), 학교는 별도의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지 않으므로 산출기초를 작성하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신규 입장에서는 경정예산이 뭐고 기정예산이 뭔지부터 막막할 따름입니다. 신규 분들이 많이 요구하실 교육공무직원 급여를 예시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본예산을 요구할 때나 추가경정예산이라도 기존에 산출내역이 없던 항목을 요구할 때는 산출기초만 기재해 요구합니다. 연차미사용수당을 보시면 알겠지만 예산은 천원단위로 성립하므로 백원단위는 올림 처리합니다. 급식비와 명절휴가비가 목적사업비고 두 예산의 총합이 2,380,000원이므로 이에 맞추어 세입 예산도 요구합니다. 세입 예산의 산출기초는 상대적으로 간단한데, 각종 전입금은 총액*1교로 요구하시면 됩니다만, 수익자나 기타 재원은 구체적인 산출기초를 기재해야 합니다.
세입 예산을 2,380천원 편성했는데 실제 돈은 3,000천원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3,000천원으로 징수한 후 다음 추가경정예산에서 세입 예산을 조정하면 됩니다. 반대로 기본급이 인상되어 예산 편성액보다 지출금액이 커질 수도 있겠죠? 세출은 편성액 이상으로 지출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업이라면 지출 못하니 다음에 하지 뭐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인건비나 공과금 같은 항목은 당장 지출하지 못하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므로 이런 부분에 대한 세출은 너무 딱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조금 여유를 두고 편성하는 게 좋습니다.
신규 사업을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문제는 추가경정예산입니다. 우선 추가경정예산을 풀어서 설명하면, 본예산 이후 추가로 고친(경정) 예산이란 뜻입니다. 예산이 계획대로 딱딱 집행되면 좋겠지만 다양한 변수가 있으므로 예산을 고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고치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임금협상으로 기본급이 190만원이 되었다면, 인상된 단가로 산정한 산출기초에서 기존에 편성된 금액을 빼는 것으로 산출식을 작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경정예산(고친예산)-기정예산(기존예산)=증감(금회 요구금액)입니다. 명절휴가비도 인상되었으므로 예산을 요구하되, 목적사업비이므로 세입 예산도 그만큼 요구합니다. 물론 정확히는 세입이 들어왔으므로 그에 맞추어 세출을 고친 것입니다. 만약 인상되었으나, 세입 예산을 주지 않았다면 세출 예산만 요구해야 하며 이는 당연히 일반 재원이 됩니다. 연차미사용수당은 당초 15일을 계획했으나 연차를 10일 사용하셔서 5일만 보상해도 되므로 5일을 기준으로 감액 요구합니다. 대체인력인건비는 비목을 잘못 선택했습니다. 예산은 한 번 편성되면 삭제할 수 없습니다. 전액 감액 요구하고, 올바른 비목인 기간제근로자인건비로 다시 요구합니다. 대체인력사회보험도 비목을 잘못선택했으므로 감액 요구했지만 법정부담금은 따져보니 그만큼 소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부만 증액 요구합니다.
종종 이런식으로 예산을 요구하시는 분을 봅니다. 물론 이렇게 요구하는 게 꼭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 이렇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증감에 산출기초를 맞추어 요구하는데(56,000원*10일) 증감에 맞추다 보면 산출기초에 소수점이 지저분하게 생기기도 합니다. 큰 문제는 없으나 정 거슬리시면 아예 두 줄로 나누어 요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가통계비목입니다. 원가통계비목은 예산편성 매뉴얼에 해설이 있으므로 참고하시면 되는데 매뉴얼을 살펴보아도 파악이 어렵다면 예산 담당과 상의하시면 됩니다. 저는 예산 요구서 엑셀 파일에 원가통계비목 해설 시트를 하나 만들어서 같이 뿌리는 편입니다. 선생님들이 보통 비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예산 담당자는 이 부분을 상당히 신경써야 합니다. 학교회계에서 예산 편성 시 주의해야 하는 주요 비목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1. 일반업무추진비: 학생이 아닌 성인에게 무언가를 대접해야 할 때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밥을 사먹을 때 많이 쓰며, 회의나 행사 시 다과류를 구매할 때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합니다. (단, 교직원 생일 경비는 교직원복지비임) 일반업무추진비는 학교 규모에 따라 편성 한도가 정해져있으며 보통 본예산에서 최대 한도로 편성하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증액할 일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2. 목적사업업무추진비: 목적사업비 교부 시 일부 금액을 목적사업업무추진비로 편성할 수 있습니다. 목적사업비 규모에 따라 편성한도가 정해져있으므로 예산편성 매뉴얼을 참고하여 편성해야 합니다. 다만 목적사업비 교부시 별도로 한도를 정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교부 공문도 살펴봐야 합니다. 목적사업업무추진비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비목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일반업무추진비로 요구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해야 합니다.
3. 기타수당: 역시 최근에 생긴 비목으로, 교직원에 대한 수당을 기타수당으로 편성합니다. 기타수당이 없을 때는 내부 교직원에 대한 강사료(방과후 등)나 수석교사 연구활동비, 교원연구비 등을 모두 운영수당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편성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내부직원에게는 기타수당, 외부강사에게는 운영수당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교육공무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공무직인건비임)
4. 교육운영비: 학교회계에서 비목에 신경을 덜 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생과 연관되면 십중팔구는 교육운영비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가령 차량 임차료는 보통 일반수용비지만, 체험학습 등으로 학생들이 타는 차량이라면 교육운영비로 편성합니다.
5. 여비: 여비는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일비, 식비, 운임, 숙박비만 편성합니다. 차량 렌트비나 교사의 학생 인솔에 따른 부대경비는 여비가 아닙니다.
6. 비품구입비/시설비: 자산의 변동을 가져오는 물품 구매(물품대장에 등재할 물품) 또는 자산의 변동을 가져오는 시설 공사(재산대장에 등재할 공사)는 비품구입비와 시설비로 편성합니다. 감사에서 자주 살펴보는 비목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비품구입비와 시설비를 철저히 통제하지 않으면 물품/재산대장의 현행화는 꿈같은 일이기 때문에 저는 비품구입비 요구시 어떤 물건을 살지 단가나 견적을 제출하라고 안내합니다.
7. 반환금: 각종 전입금과 목적사업비 집행 잔액을 반납할 때 사용하는 비목으로 보통 징수에서 과오납반환결의로 반납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까먹는 분들이 많은데, 지난 회계에 미처 반납하지 못한 금액을 반환금으로 편성하여 지출합니다.
추가로 성립전예산에 대해 덧붙이자면, 성립전예산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전에 목적사업비(또는 수익자)를 집행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요구하는 것으로 목적사업비가 내려왔다고 무조건 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추경을 기다릴 수 있으면 추경에 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다만, 예산 담당자도 그렇고 사업 담당자도 그렇고 즉각적으로 요구하는게 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지 바로 요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추경 예산 요구를 안내할 때 세입 예산을 파악하여 직전 추경 이후 교부된 목적사업비에 대해 예산을 요구하라고 안내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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