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직 일병 구하기/실무 경험담

왜 교원연구비 지급 안 하셨어요?

문 약 2020. 9. 26. 08:58

  질게에 답글을 달다 보니 일하다 겪었던 인상적인 경험이 문득 떠올라 한 번 올려봅니다.

 

  저는 최근에 인사이동을 했습니다. 제 전임자는 신규였구요. 업무 중에 시간제 기간제 교원 급여가 있었습니다. 시간제 기간제 급여.... 아마 처리해보지 않으신 분도 많을 겁니다. 주로 유치원 방과후과정을 담당하는 계약제 교원으로 많이 만나게 되죠. 저희 학교는 고등학교라서 시간제 기간제가 있을 거란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저희 학교는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였고 교과교실제를 전담하는 시간제 기간제 교원이 있더라구요.

  유치원 방과후과정을 담당하는 시간제 기간제 교원은 하루에 4시간 근무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당을 반으로 깎아버리면 되니 계산하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크게 신경을 안 썼지요. 교과교실제 시간제 기간제 교원은 근로시간이 애매하더군요. 그래서 암산도 잘 안 되고... 아무튼 전임자 지급 내역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전화를 해서 물었죠.

 

  "왜 교원연구비 지급 안 하셨어요?"

 

  돌아온 답은 '전임자가 지급을 안 해서 자기도 안 했다.' 였습니다. 뭐 예상했던 그대로의 대답이죠. ^^;; 저희 지역은 원래 시간제 기간제에게 교원연구비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기간제는 지급 받는데 시간제 기간제만 지급 받지 않는 건 사실 마땅한 근거가 없는 행위죠. 그래서 2019년 3월 시간제 기간제 교원에게도 지급 제한의 규정이 없는 한 기간제 교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전부 지급하라는 문구와 함께 시간제 기간제 교원에게도 교원연구비를 지급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이 중요한 변경이 겉공문에 표시한 것도 아니고 별도 안내가 있었던 것도 아닌 단순히 매년 시행되는 공문의 첨부파일만 살짝 고쳐서 내려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교원연구비를 지급하도록 변경된 사실을 몰랐던 급여 담당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도 나중에 알고 소급해서 줬었고 1년 정도 지났을 때도 몰라서 지급 안 하는 학교가 종종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전전임자가 지급할 때는 교원연구비가 지급되지 않는 게 맞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신규인 전임자가 미처 파악을 못했구나 하고 지급되지 않았던 교원연구비를 소급해서 지급했습니다. 19년 3월부터 소급이니... 꽤 금액이 컸습니다. 시간제 기간제 교원 분들은 당연히 매우 기뻐하셨죠. 그렇게 오늘도 좋은 일 하나 했다 하고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한참 지나서 전임자와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전임자가 그러는 겁니다.

 

  "주무관님 교원연구비 지급 안 하는 거라는데요?"

  

  그러면서 파일을 하나 보내주더군요. '교과교실제 시간제 기간제 교원 운영 매뉴얼' 이었습니다. 거기에 떡하니 박혀있더라구요. '교원연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아......... 결국 저는 시간제 기간제 샘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환수해야 했습니다. 위에도 말했듯 꽤 큰 금액이었기 때문에.... 연신 죄송하단 말을 해야만 했죠.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4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기간제 교원은 교원연구비를 지급 받는데 그 이상 근무하는 시간제 기간제 교원은 교원연구비를 지급 받지 못합니다. 타당한 지침일까요? 저 운영 매뉴얼은 계약제 교원 운영 매뉴얼의 시간제 기간제 부분을 거의 복사 붙여넣기한 매뉴얼입니다. 계약제 교원 운영 매뉴얼이 소리소문없이 변경된 사이 교과교실제 시간제 기간제 교원 운영 매뉴얼 담당자는 미처 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년도 복사 붙여넣기로 시행한 건 아닐까요? 아니면 제 부주의함을 인정하기 싫어서 자기합리화 중인 걸까요? ㅎㅎㅎㅎ

 

  시행 부서에 전화를 해서 물어볼까 말까 꽤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문의하더라도 제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의 교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누가 알았겠는가... 교과교실제 시간제 기간제 교원 매뉴얼이 따로 있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