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직 일병 구하기/실무 경험담

간이과세자는 간이영수증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문 약 2020. 10. 1. 13:24

  간이과세자. 아주 가끔 간이과세자라고 계산서 발급 못해준다고 나오는 거래처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그냥 전임자가 한대로 간이영수증만 받아서 지출했습니다. 업무가 손에 좀 익었을 때 열심히 검색을 돌렸더니 간이과세자한테는 간이영수증만 받아도 무관하다는 인터넷 글을 봤습니다. 그 후로 간이과세자한테는 간이영수증만 있어도 되는구나 하고 말았습니다.

  인사이동을 하다 보니 국고보조금 통장을 개설해 사업을 진행하는 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 오기 전에는 한 달에 한 두 건 정도 집행을 해왔기에 이름만 거창하지 별 것도 없네 하고 지출했었죠. 그러나 정확히 두 달 후 해당 사업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되었고 저는 지옥을 보았습니다. 교무실 행정실 할 거 없이 한 달 내내 초과근무를 해야 했거든요.

  저는 성격이 좋게 말하면 둥글둥글하고 나쁘게 말하면 둔한 편이라 교사들과 별로 마찰이 없는 편입니다. 제가 입직 후 처음으로 교사들과 언성을 높였던 때가 바로 이 때였습니다. 행사 끝나고는 서로 바쁜 와중에 벌어진 착오였다고 미안하다고 풀었지만 그 정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더군요. 행사가 다 끝나고 이제 큰 일은 끝났구나 할 때 쯤.... 아직 본게임은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사업비 정산이 본게임이었던 거죠.

 

  연초에 사업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신청해둔 게 있었습니다. 사업비를 내려준 기관에서는 해당 예산대로 집행 및 정산을 요구했습니다. 그걸 제가 알 리가 없죠. ㅠㅠ 저는 학교회계 기준으로 예산을 집행해놨는데 사업비 정산서를 보니 완전 개판인 겁니다. 그 와중에 제가 학교회계 기준으로 예산편성이 이상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조정했던 건들도 겹치다보니 정산서 작성이 정말 암담하더군요. 담당 샘과 머리를 맞대고 예산 변경 사후 신청 공문 날리면서 정산서를 작성하고 증빙서류를 정리했습니다. 증빙서류 정리도 쉽지 않았습니다 방학이라 샘하고 둘이서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는데도 이틀이나 걸리더라구요.

  어쨌든 정리를 다 해서 우편으로 보내고 기다리는데 역시나 보완 제출 공문이 날아오더군요. 다른 건 전임자 및 저의 삽질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하나가 거슬리는 겁니다. 보완 요구하는 서류는 매입처별 계산서 합계표 제출 서류였습니다. 전 이걸 보고 당황했죠. 해당 지출건은 4월에 이루어진 건이었고 이 건에 대한 계산서 합계표는 7월에 제출해야 하죠. 제가 이 기관에 온 시점은 9월이었습니다. 제 전임자는 합계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고요.

 

  처음엔 이제라도 제출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아보니 홈택스 제출은 불가하고 직접 서류를 작성해서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여기까지 듣고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이제 왜 그 서류를 요구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해당 지출결의서를 보니 계산서가 증빙서류로 붙어있었습니다. 이 계산서가 전자가 아니라 비전자였기 때문에 계산서 합계표를 요구했던 겁니다. 아 국고보조금 사업은 웬만하면 전자로 받아야겠구나 하면서 지출결의서를 좀 더 넘기니 사업자등록증이 보였습니다. 간이과세자라고 표시된.

  여기서 옳타쿠나 하고 바로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정산은 해당 기관에서 직접 하는 게 아니라 회계법인에서 1차적으로 정산하고 최종적으로 해당 기관이 정산을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회계법인으로 전화를 걸었죠. 그리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계산서 집계표를 달라고 하시던데 간이과세자랑 한 거래니까 간이영수증만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집계표까지 제출해야 합니까?"

 

  아..... 얼마나 부끄러운... 소리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 회계법인 담당자가 절 어떻게 생각했을지... ㅠㅠ 덕분에 저는 간이과세자와의 거래라도 적격증빙서류인 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달라고 말씀을 드렸고 이를 첨부하여 다시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분했던 저는 다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회계법인 담당자가 설명한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읍면 소재지 간이과세자의 경우 간이영수증만을 수취하여도 증빙불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아마 초임 시절 이 문구를 간이영수증만 수취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던 거 같습니다. ㅎㅎㅎ